작성자김효범
날짜2026-05-14
조회수634
2차 시험이 100일 남은 건에 관하여
안녕하세요! 김효범 변호사입니다.
1차 시험이 끝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2차 시험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네요.
불안해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제 수험경험을 바탕으로 여러분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간략하게나마 복음(?)을 전파해 드리고자 합니다.
[시험 100일 전 상황]
① (학습상태) 시험범위인 과목이 법 8개(민/민소/상/형/형소/헌/행정/국제거래)였는데,
- 자신 있었던 과목 3개,
- 어디서 본 건 있지만 개념이 확실하게 잡혀있지 않아 문제를 풀면 많이 틀리는 과목 3개,
- 그리고 아예 기초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다시 기본강의부터 들어야 하는(!) 과목 2개였었고,
② (멘탈상태) 마지막 전국모의고사에서 평소보다 등수가 떨어졌던 탓에 아주 예민했던 상태였습니다. 막 스터디룸에서 혼자 공부하고 있는데 친한 형이 공부 같이 하자고 들어오면 그 발소리랑 숨소리조차 거슬려서, 정중하게 '혼자 공부하고 싶다'라고 말할 정도였어요!
[마음가짐]
① 일단 불안감이 안 들 수는 없기 때문에, 불안한 상황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차근차근 생각해봤습니다.
- '어차피 나뿐만 아니라 모두들 불안해할거다'
- '나보다 성적 좋은 사람들은 뭐 대법관될거고, 나는 시험만 합격하면 된다' --> 이런 식으로 정신승리를 먼저 하고,
- '불안감은 자신감으로 이기는게 제일 좋은데, 그러면 나는 그만큼 공부량을 늘려서 근거 있는 자신감을 만들어야겠다!!' --> 이런 식으로 동기부여를 했습니다.
② 그래서 공부량을 늘렸습니다. 그동안 하루 순공시간을 최소 8시간을 잡았는데 한 달 내에 하루 순공시간 18시간을 찍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원래 8시간 공부하던 사람이 갑자기 18시간 하고싶다고 해서 확 늘릴 수 있는게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술마실때 주량도 매번 한 잔씩 늘려가듯(...) 순공시간도 하루에 1시간씩 차근차근, 타이머와 열품타의 도움을 받아 늘려갔습니다. 오늘은 8시간, 다음날은 9시간, 그다음날은 10시간 했다가 그 다다음날은 다시 8시간으로 돌아와 조금 쉬고, 그 다다다음날에 11시간... 이런식으로 순공시간을 늘렸습니다.
- 그러다 마침내 내일 18시간을 찍어보기로 작정한 날! 그날은 평소보다 일찍 잠들어서 다음날 새벽 5시에 일어나 열람실로 향했습니다. 밥먹는 것도 화장실가는 것도 최소화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정신없이 공부했습니다. 물론 도중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때도 많았고 화장실 다녀오는 복도에서 지도교수님을 만나 말씀 나누는 데 시간을 많이 쓰는 등 생각보다 이벤트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어찌저찌 목표했던 18시간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
③ 당연히 저렇게 18시간씩 '매일' 공부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리 효율적이지도 않습니다. (저도 수험기간 중 딱 세 번만 저렇게 해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저렇게 모든걸 갈아넣으면서 18시간을 찍어보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나보다 이 과목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젠 내가 모르는 선지는 남들도 다 모를 것이다' 하는 자신감이요! 그리고 그 자신감은 무지막지한 공부량에서 나온 것이니까 분명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을 겁니다. 저는 이런 식으로 시험 전 불안감을 어떻게든 극복하려고 했어요!
④ 그리고 다른 수험생들과 불안감을 주제로 수다 떠는 것은 최대한 지양하려고 했습니다. 물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지만, 어차피 같은 처지인 수험생들과 '불안하다, 불안해 죽겠다' 라고 얘기해봐야 서로 '야 기만하지 마라'로 끝나거나, 제 공부가 부족하다는 것만 느끼고 더 불안해지는 쪽으로 영양가 없이 끝나버리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에, 정 불안하면 차라리 지도교수님을 붙잡고 커피 한잔 얻어마시려고 했습니다.
[공부방법]
① 공부방법은 당연히 수험생마다 각자에게 맞는 방법이 있을 것이므로 정답은 없습니다만, 저는 단권화만큼은 목숨걸고 했습니다. 시험을 쳐 보신 분들이라면 분명 시험 전날 '봐야 할 자료가 너무 많은' 경험을 해보셨을 겁니다. 뭔가 기본서도 봐야할 것 같고, OX문제집도 봐야할 것 같고, 4지선다도 봐야할 것 같고, 막판에 가면 최판이나 이런저런 자료들까지 겹쳐서 아주 중구난방인 경험을 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 저는 시험전날 그런 중구난방같은 느낌을 받는게 너무 싫어서, 아예 '한 과목당 한 권'만 시험장에 가져가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평소 공부할 때도 '시험 전날 볼 책 한권을 만든다' 라는 생각으로, 모든 내용을 전부 제가 정한 책 한 권에 때려박았습니다.
- 특히 형법은 기본서로 단권화를 했었는데, 기본서에 모든 걸 때려넣었습니다. 수업에서 들은 내용, 제가 혼자 공부한 내용, 스터디에서 나왔던 내용, 문제풀었다가 틀렸거나 헷갈렸던 내용 등등을요! 그리고 기본서나 문제집을 여러 번 회독하다 보면 자동으로 외워지는 판례가 있는데, 그런 판례들은 아예 기본서에서 유성매직으로 지워버렸습니다.
- 왜 굳이 유성매직으로 지우기까지 했냐면, 이게 사람 심리상 내 눈에 보이면 불안해서라도 읽고 싶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판례만큼은 내가 확실히 외웠으니까 아예 내 눈에 띄지 마라' 라는 생각으로 그냥 과감하게 지워버렸습니다(당연히 판례를 확실하게 이해하고 외웠다는 확신이 있어야겠죠!). 이런 식으로 '지워가면서' 공부하니까 나중에는 1500페이지가 넘는 형법 기본서 중에 남은 판례가 250개 정도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시험 전날에 그 250개 판례랑 최판만 보고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 물론 이렇게 유성매직으로 지워가면서까지 공부를 하라는 것은 절대 아니고, 요점은 '시험 전날에 봐야 할 자료를 최대한 줄이는 것'입니다. 기본서를 단권화 자료로 쓰셔도 좋고 문제집을 쓰셔도 좋지만, 일단 내가 책을 하나 정했다면 그 책을 믿고 그 책에 모든 것을 정리해서 시험장에 가져가겠다는 생각으로, 중요한 개념들 위주로 정리하시는 것이 분명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② 저는 문제를 많이 풀었습니다. 그냥 하루에 한 회씩 잡고 풀었습니다. 혼자 풀면 셀프 컨트롤이 안되니까 같이 공부하는 친한 형이랑 공모해서 그날 공부가 얼만큼 되었든 밤 11시가 되면 만나서 딱 1시간 동안 문제 한 회 풀고 바로 해산했습니다. 정답을 서로 맞춰볼 필요도 없이요! (해설지에 다 있으니까)
- 문제를 많이 푸는 것만큼 실전을 대비하고 내 실력을 점검하기에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수험생 특성상 시험날이 가까워질수록 시간잡고 문제푸는게 굉장히 어려워지는데, 그 이유는 아마 '시간은 없고 볼 건 많은데, 내가 문제를 푸는 것보다 차라리 그 내용을 눈에 바르는데 시간 쓰는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하는 생각 때문일거에요. 그런데 경험상 편하게 외운 것은 쉽게 까먹습니다. 내 머리를 쥐어짜서 험하게 문제를 풀어보고 틀려봐야 그 기억이 머릿속에 오래 남고, 또 실전대비 시간연습을 매일 한다는 점에서도 하루에 1시간 정도 문제풀이에 투자하는게 그리 큰 손해는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 아직 기본개념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를 푼 탓에 많이 틀린다면? 저는 그것도 기본서를 다시 한 번 읽어보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기출문제에 출제된 내용이 중요한 내용이고, 내가 기출문제를 풀어서 그 내용을 틀렸다면 그 부분만 다시 기본서를 읽어 보거나 인강을 발췌해서 들어보면 됩니다. 그렇게 틀리고 보강하고, 틀리고 보강하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기본기가 갖춰지고 실력의 두께가 쌓입니다.
③ 마지막으로 위에서 언급드린 '공부시간'과 관련된 것인데, 저는 어떻게든 순공시간을 독하게 확보하려고 했습니다. 수험생활이 길어지면 체력이 떨어집니다. 체력이 떨어지면 집중력도 흐트러질 뿐만 아니라 아침에 잘 일어나지도 못합니다. 어찌저찌 잘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지금 피곤한 상태로 공부하러 가봐야 별 효율도 없을텐데 차라리 더 자자' 라고 자기자신을 합리화하면서 더 자다가 결국 오후가 되어서야 일어나게 되더라구요(제 얘기..)
- 그래서 저는 그냥 열람실에 침낭을 가져다놓고 열람실에서 잤습니다. 열람실에서 새벽 3~4시까지 공부하다가 제 좌석 옆에 둔 침낭에서 자고, 장소가 열람실이었으니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면 어떻게든 제 자리에 앉게 됐습니다. 그렇게 오전 내내 공부하다가 점심먹으러 나가는 길에 자취방을 들러 씻고와서 다시 반복하는 식으로 어떻게든 순공시간을 확보했습니다. (물론 코로나 시국이었어서 열람실에 사람이 많이 없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 어떤 좋은 공부방법이든, 기본적으로 절대 공부량이 받쳐줘야 그 공부방법이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수험생분들께 알려진 공부방법 중에 나쁜 공부방법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모든 것을 갈아넣어서 빠르게 치고 빠지겠다는'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하루에 최소한 (강의듣는 시간 빼고) 6시간 정도는 순공시간을 확보하시길 권장드리며, 욕심을 좀 더 부려서 8~9시간 정도를 독하게 공부하시면 좋겠습니다.
위의 내용을 3줄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불안감을 공부량으로 극복하기
2. 시험 전날에 볼 책 지금부터 단권화하기
3. 문제 많이 풀고, 문제에서 틀린 부분이나 헷갈리는 부분 위주로 기본서 읽기
글을 쓰고 보니까 너무 정석적인 이야기만 한게 아닌가 싶네요..ㅎㅎ 호옥시 공부를 빠르게 하는 요령을 기대했거나 남은 100일 공부일정을 구체적으로 짜드릴 것을 기대하고 들어오신 분들이 계시다면 송구합니다.
그래도 수험공부는 오래 할 것이 아니라 한번에 모든걸 갈아넣고 빠지는 것이 합격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고, 우리의 머리가 밑빠진 독이라면 그 물이 빠져나가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물을 가득 채운 상태에서 시험을 보는 것이 수험생활의 본질이라 믿습니다.
우리 미래인재 학생분들의 전원 2차 합격을 기원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